눈이 온 날 스노우 타이어를 믿다

벌써 몇주가 지난 듯 한데 며칠지나지 않았지만,
오늘은 비가 오고 있다.
23년 1월 7일은 낮에 매우 따뜻했다.
내가 들은 라디오의 일기예보는 낮 최고 온도가 10도까지 올라간다는 것!
그런데 딸아이는 눈이 온다는 뉴스를 들었다고 해서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그날 밤에 폭설이 내렸다.
내가 들은 일기예보도, 딸아이가 들은 일기 예보도 모두 맞았다.
마치 그동안의 추위는 모두 도망간 듯한 날씨였는데 밤새 몰래 습격을 한 것이다.
딸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이미 모든 도시는 하얗게 덮혀있다.
이렇게 펑펑 눈이 오는 날은 도로위의 차들도 눈을 막을 수 없다. 왠간하면 자동차 바퀴에 밀려 더럽혀지고 없어졌을 눈이 당당히 자리를 지키며 도로를 하얗게 코팅을 하는 듯 하다.
다행히 주택에 살면서 제설작업이 원만하지 않는 동네에 사는 나는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이런 도시의 눈오는 거리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조심조심 기어가는 차 사이로 좀 당당하게 달린다. 그렇다고 과속을 할 수도 없거니와 거북운행을 하는 차와의 안전거리도 신경을 써야한다. 적어도 기분은 눈을 무시하고 달리는 느낌이다.
굼뱅이 차들을 재끼며 동네까지 왔다. 다행히 국도를 타서 제설작업아 어느정도 진행이 되어서 긴 내리막 길도 문제없이 왔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집앞 마지막 보스인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인적이 드문 주택가의 오르막길은 난코스이다.
밤 12시가까운 시간이라 다른 차는 없을거 같아 한번 언덕길앞까지 간다.
미쳐 다올라가지 못한 자동차의 바퀴자국이 있다.
거기에 쓸데없는 용기를 내본다. 나는 스노우 타이어를 끼고 있으니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도~~저언~~!!!
처음은 가능할것같았다. 그리고 앞선 차의 타이어 자국을 넘어선 순간 일말의 기대를 했다.
그래..이거야....
하지만 더이상 올라가지 않는 차는 마치 구름속의 바퀴처럼...아니 모래사장의 바퀴처럼 제자리에서 헛돌고 있었다.

결국 앞차의 운명을 따라 조심스레 후진으로 내려와 주차을 하였다.
'눈이 별로 안와서 앞바퀴만 스노우 타이어를 해서 그런가??'
어쨌든 두명의 도전자중에서는 내가 신기록을 깬 것이다. 거기다가 4바퀴 모두 스노우 타이어를 했다면 이 긴 언덕길도 분명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패자의 벌칙에 따라 집까지 남은 100여미터를 걸어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