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퐁당

라벤더는 죽지 않는다 다시 올라올 뿐이다.

싸샤 2022. 4. 2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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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쉬라벤더인가?
월동이 되는 이 녀석은 건조한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흙을 북돋워서 심고 옆에 파쇄석도 뿌려서 물빠짐도 좋게하고 그랬다. 나름 꾸민거긴 하지만..
(이제 파쇄석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라벤더는 겨울 내내 바짝바짝 마른 잎을 가진채로 겨울을 보낸다.
약간 처량해보이기도 한다. 볼품없어 보이는 이 녀석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내가 더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이녀석을 격려하려고 하면 이 녀석이 살아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죽은 녀석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아니다. 지난 가을 나를 향기롲게 해줬던 그 향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어쩜 나는 그냥 그녀석의 처량한 모습만 안타까워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 녀석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는 생각도 못한 채...

이제 봄이 왔다.
봄이 오면 산발인 이녀석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추웠던 겨울에도 향기를 잃지 않았던 녀석의 숨겨놨던 본능을 깨워야 한다.

아랫쪽부터 올라오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새잎이 인사를 하면 새잎위의 가지는 잘라줘도 된다.

이제 여기부터는 제가 책임진다고, 걱정하지 말로고 이야기하는 이 녀석을 믿어야 한다.

아마 내가 기다리지 못했다면 이 녀석과 만나지 못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녀석들에 비해 조금 늦게 움직이는 게으른 녀석이니까..

하지만 바로 오자마자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이 녀석을 보면 바로 내가 잘못했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니 성질 급한 놈이 먼저 올라와서 여태까지 이발을 안시켜준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벌써 런웨이를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녀석에게 문을 안열어줬으니, 얼마나 간절했을까??


겨울의 흔적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리고, 기다려준 나에게 결코 실망을 안겨주지 않겠다는 듯 변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올해는 잎들도 더 커지고 튼튼해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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