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퐁당/봄꽃

할미꽃이 할머니가 되가고 있다

싸샤 2023. 5. 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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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계속 내린 비가 가장 주효했던 것 같은데, 할미꽃이 모두 져버렸다. 그냥 져버린게 아니라 어느새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마치 며칠간의 비가 너무 힘들어서 확 늙어버린 것처럼 갑자기 늙은거 같다. 할미꽃이 우리집 마당에서 거의 제일 먼저 봄을 알려준 꽃인 걸 생각하면 정말 오랫동안 피어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아직 꽃의 허물을 벗어버리지 못한 이녀석은 마치 마술을 보여주다가 실수로 중간과정을 보여주는듯 꽃속에 숨겨둔 솜털같은 씨앗으로 변신 중이다.

꽃잎망토를 벗어던지고 제대로 헤어스타일 세팅까지 끝낸 할미꽃이다. 복실복실한 강아지가 생각나기도 하고, 다소 정리안된 듯하면서 자연스러운 듯한 그런 느낌의 백발이 떠오른다.

꽃 속에 저렇게 많은 씨앗을 품고 있었단 말인가??

그 많던 백발 씨앗이 다 날라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말 몇 개 안되는 흰 머리카락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하늘로 사라진게 아니라 또다른곳에서 새로운 삶으로 자라날 것을 알기에 할미꽃의 마지막을 경건히 보내주려고 한다.

씨앗이 조금 마르면 옆 땅에 심어줘서 내년에는 할미꽃을 좀 더 많이 볼 생각이다. 꽃은 몰려있으면 확실히 더 예쁘니까!!

그러고 보니 어제가 입하였던 거 같은데 봄을 알리던 할미꽃은 여름을 맞아 본인의 출연을 마치고 쉬러 들어가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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