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에 올해 목표중 하나로 하프마라톤을 적었었다. 사실 딱히 이유는 없었고 작년에 10km마라톤을 뛰었으니 한번 하프 마라톤을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군대에 있을때 한번 하프 마라톤을 뛰어본 기억이 있어서 아무래도 덜 겁이 났고 충분히 뛸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게 벌써 20년전이라는.게 문제긴 하지만...NRC를 하면서 매달 꾸준히 뛴지 1년도 넘었으니 한번 하프마라톤에 도전하기에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전에 뛰었지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뛰다가 너무 힘들어 걸어가는데 저 멀리 뒤에서 천천히 뛰어오는 할아버지가 나를 따라잡지는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더이상 따라오지 못하는 나의 다리는 협조해주지 않았고 옆으로 지나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기억
어쨌든 완주하고 난 다음날 출근하는데, 다리에 통증이 너무 심해서 정말 기어가는 느낌으로 출근을 했던 기억...내 달리는 자세가 무슨 문제인지 왼쪽 발등의 통증은 (최근에서야 좀 나아졌지만) 그 이후에도 달리기를 오래 하면 계속 남아 있었다.
러닝크루들과 여러 마라톤 대회를 이야기하다 회사 근처에서 하는 저렴한 마라톤 대회를 찾았다.
한강변을 달리는 것도 좋았고, 집이랑 가깝다는 점이 제일 중요했다. 참가비 2만5천원의 알뜰 마라톤이라는 게 중요하다. 뭐 JTBC, 동아, 춘천 마라톤같은데 나가면 더 좋긴 하겠지만, 아직 취미수준이니 이런데서 실력을 쌓고 나가면 더 좋을거 같기도 하다. 진정한 마니아 친구들이 있다면 그런 대회를 언젠간 찾겠죠??
이번에 당당히 하프마라톤을 등록했다고 러닝크루에게 밝히자 다들 조용하다. ㅋㅋㅋ 10KM면 같이 뛰자고라도 할텐데, 그런것도 아니다보니 이번 마라톤은 혼자 참가신청을 했다.
(아내가 내년에는 같이 10km도 한번 뛰고 하프도 같이 뛰자고 하니 다행이다.)
전날까지도 비가 오고 경기 당일날도 비 예보가 있어 사실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안갈려고 했다.
마라톤 연습으로 천천히 2시간 뛰기 연습을 했는데..1시간만 뛰었는데 무릎이 아팠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km이후는 거의 걸어서 연습을 마쳤는데...고작 14km밖에 못했으니....약간 걱정이 되었다.
20년전 하프 마라톤 뛰었던건 더이상 나의 현실이 아닌 그냥 아주 먼 옛날의 '라떼'였던 것이라는 자각을 한 것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일요일 아침에 비는 안왔다. 그래도 비예보는 있어 날은 흐렸다. 그럼 더 좋다고 생각했다. 해도 없고 선선한 날씨에 뛰면 좋을거니까!
아침 7:30분
이미 출발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작년에 참여했던 손기정마라톤보다는 규모가 작아 참석자는 정말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나름 전국에서 모인 듯한 사람들의 복장을 보니 정말 제대러 경기에 참여하는 느낌이다!
메인 행사장 근처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서 기다리다 보니 옆 첨막에서 스포츠 테이핑 및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 연습하면서 무릎이 걱정된 것도 있어서 나도 줄을 섰다. (한참 망설이고 공연만 관람하다가 그래도 시간이 남아 출잘 전에 줄을 섰다는....)
사실 스포츠 테이핑을 하는 건 많이 봐왔었지만 내가 직접 테이핑을 해본 경험은 없었지만, 시간도 남고 혹시라도 무릎이 안아프면 좋으니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잘 안보이지만 아래 사진처럼 무릎에 테이핑을 했다. 테이핑을 하는거 보니 셀프로도 할 수 있뎄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테이핑을 하자마자 바로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이미 출발을 했던지라 서둘러갔다.
그리고 나의 두번째 하프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10km라면 지난번처럼 6분대로 달리면 되겠지만, 완주가 목표기 때문에 페이스는 좀 더 늦더라도 안아프게 달리자, 경기가 끝나고도 절뚝거리지는 말자, 그래도 계속 달리기 연습을 했으니까!
앞에 2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의 풍선이 보였다. 저 풍선을 따라서 가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절대 오버페이스하지말고 체력배분을 잘하자 생각했다.
여유가 있었다면 달리면서 사진도 좀 찍고 그랬을텐데, 휴대폰을 꺼내는데도 힘을 쓰면 안될거 같아서..7분대로 뛰었다. 사실 아주 느린것도 아니고 평상시보다 조금 느리게 뛰기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한강이라 오르막도 없고 평탄한 길인데, 좀 힘들다....10km까지는 좀 편해야 하는데 10 km가는 길도 쉽지 않다. 헉헉
어쨌든 10km까지는 걷지않고 계속 뛰었지만, 10km이후부터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물론, 급수대에서 바나나와 물은 계속 마시면서 체력을 보충하면서 뛰었다.
뛰다 보면 급수대나 진행요원분들이 옆에서 응원을 해주기 때문에 계속 걷기만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뛰어야 한다. 뒤에서 나를 추월하는 분들을 보면서 뛰고, 그래도 조금 앞지르기 할 수 있어 보이는 분이 보이면 적어도 그런 분을 잠깐이나마 추월하고 걷고... 이런식으로 돌아오는 길은 뛰었다.
나름 훈련을 계속해서 그런지 걷지만, 체력이 완전 고갈되서 걷는게 아니라 그냥 너무 오래 뛰는거에 지쳐 걷는 느낌이었다. 즉 체력은 남아있는거다.
그리고 스포츠 테이핑을 해서 무릎이 안아픈게 이번 대회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거추장스러운 무릎보호대 없이도 안아프게 뛸 수 있구나!
(집에 오자마자 스포츠 테이프를 바로 주문했다는...ㅋㅋㅋ)
그래서 열심히 걷다가 마지막 골인지점이 보이는 마지막 직선주로는 열심히 뛰어서 골인했다. 그래서 아래처럼 열심히 뛰는 사진이 되어서 5000원주고 사진을 구매했다. 이제 더이상 하프를 뛸 일이 없어서 자랑하기 위해서일까 이제 더 자주 하프를 뛰기 위한 기념일까는 두고 봐야겠다.
돌아오는 길에 2시간30분 페이스메이커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다 아쉽게도 보내주고는 2시간 30분도 포기했었었다.
하지만, 출발을 조금 늦게해서 인지 다행히 시계는 아직 2시간 32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의 기록은 2시간 30분이었다. ㅋㅋㅋ
맘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시간안에 들어와서 너무 다행이었다. 다 뛰고 주차장으로 가면서 보니까 3시간정도 되면 차량통제도 풀리고 워낙 달리는 사람들도 적어서 더 힘들었을거 같았다.
2시간 30분이 마지노선인거 같긴 하다..
이제 40중반이 되어 뛴 하프마라톤은 20대에 뛴 하프마라톤과는 달랐다. 20대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뛰었다면 이제는 좀 더 알고 뛴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에는 제대로 훈련을 하거나 배울 수 있는게 없었으니까)
내가 하프마라톤을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과연 뛸수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서, 어디가 아파서, 수많은 이유를 대며 못뛰는 걸 합리화시켰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회에 참여해서 나는 어떻게든 나를 뛰게 하는 동기인자들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잘 뛰는 사람, 못뛰는 사람, 옆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화이팅 한 마디...너무 뛰기 힘들지만, 스스로에게 쪽팔려서 뛸 이유를 만들고 남은 체력을 짜내는 그런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골인하고 나서, 뛸만한데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하프 마라톤에 나가서 뛰고 온 나의 느낌이다.
이제 풀 마라톤을 뛰어야 하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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