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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독 묻기, 땅에서 보낸 겨울

마당퐁당

by 싸샤 2022. 4. 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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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가을, 정확히 말하면 11월
다같이 모여 김장을 준비하는데
마당에 심은 배추가 좀 이상하다며 배추를 더 사셨다는 어머님은,
옆집에서 고추를 빻아오면서 선물로 배추를 또 받았다.
그리고, 한번더 따로 주문한 배추까지...

오..이건 원래 계획에 없던건데...

그렇게 김장은 시작되었다.
뭐 그래도 가족이 많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자 가지고온 김치통을 채우는 시간!

마루를 가득 채운 김장김치들, 계단에도 좀 더 있을 정도로 푸짐하게 준비된 김치들로 오늘 김장은 끝이 났다.

그런데, 잠깐만...통이 더 없어???
김치는 아직 남았는데, 어떡한담...

김장은 다했는데, 김치를 넣을데가 없다니....

......

집에서 빈채로 마당에 거의 버려지다시피 홀대받던 장독이 생각났고,
정말 우연찮게도 며칠전 정화조를 빼서 빈땅도 있어서,

그럼 저희집에 김장독을 묻을까요???

그렇게 남은 김치를 모두 들고 왔다.

장모님은 그 와중에 김장독 하나를 주시면서 이것도 필요할거야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다행히도 며칠전에 정화조를 빼서 땅의 흙이 보들보들하다. 삽 몇번에 쑥쑥 땅이 파지는게 너무 기분이 좋다. 내가 이렇게 삽질을 잘했던가??

크게 구덩이를 파고 김치를 넣었다.
최근에 검색하면서 안건데 케이블타이로 꼭꼭 묶어서 혹시모를 벌레도 못들어가게 하던데,  저때는 몰라서 그냥 마당에 굴러다니는 벽돌을 올려놨다.

그리고는 다시 흙을 조심조심 채우고 뚜껑쪽에는 흙이 들어가지 않게 비닐로 덮어주었다.

이렇게 예쁘게 해주었으나, 우리 둘째녀석이 저쪽으로 점프하면 어떡하지? 강아지들이 저기다가 응가를 하면 어떡하지?? 괜히 뚜껑이 날라가면 어떡하지?? 여러걱정이 앞서고 집에 남아있던 야자매트를 위에 덮고 이쪽에서 점프를 할 수 없게 화분대도 갖다놓아 은폐를 했다.

사실 이렇게 묻기가 끝나고는 전혀 기억이 없다.
원래 이렇게 묻으면 어떻게 될지는 ....와이프만 아니까..

4월 초, 갑자기 와이프가 김장독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어..그거 저기 묻었잖아. 땅에 묻었으니까 잘 있겠지!

여름에도 저렇게 놔둬도 돼???

어...그건 말이죠...
될것도 같고 안될것도 같고... 분명 50%확률의 2지선다형 문제인데,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조용히 폰을 꺼내 좀 아는 사람처럼 재빠르게 네이버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에 질문을 올렸다.

지금쯤 꺼내야 할 거 같다고, 너무 푹 쉬어버린다고...

원래는 실험정신에 하나는 헐고 하나는 1년을 놔둘려고 했는데 홍천에서도 푹 쉬고 골마지(일종의 곰팡이)도 끼고 그런다고 하니 바로 포기했다.

장모님 오늘 김장독 헐거니까 김치통 큰거 가져오세요...처형도 김치통 큰거 가져오시고요!!

마당일이 어느정도 끝나가는 시간 한집씩 모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김치를 꺼내는 날이다. 어떤 맛일까? 제대로 되었을까??? 첨 하는 것이니 전혀 감이 안온다.

비록 해가 잘 안드는 북서쪽에 묻기는 했지만 뚜껑을 통해 따뜻한 온기가 전달됐을거 같은데...

두둥!

호미로 살살 흙을 치우고 뚜껑을 열었다.
벽돌을 치우니 향긋한 냄새가 올라온다.
그리고, 가장 맛있다는 속살을 하나 뜯어 입에 넣는다.

오!? 맛있는데...!!!



그렇게 김장독은 홀쭉해져갔고 우리는 두개의 장독을 모두 해치웠다.

ㅋㅋㅋㅋ

오늘은 김치찜해줘라는 아이의 말에 너무 힘들어서 그건 못한다고 하니 그럼 김치로 할 수 있는거 해줘라고 한다.

오징어 김치볶음!

땅에서 겨울을 보낸 김치는 김치냉장고에서 보낸 아이와 다르다. 약간 덜 시고 맛있다.

이렇게 또다시 김치와의 만남이 또 시작된다.

누가 김장독 묻으면 어때요? 라고 묻는다면 해보세요. 맛있어요!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맘같아서는 1년넘게 김장독을 묻어놓고 꺼내서 맛보고도 싶다. 어떤 맛일까..?  ㅎㅎㅎ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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