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면 아마 마당꾸미는 게 마음대로 안된다는 걸 알 것이다. 툭히 진도개처럼 땅을 좋아하는 강아지라면 더더욱 힘들다.
예전 첫 주택에서 살때는 마당에 구멍을 팔때마다 못하게 할려고 노력도 하고 스트레스때문에 구덩이를 판다는 말에 출근보다 더 열심히 새벽산책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지켜보니 땅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열심히 산책시키고 놀아주면 안할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드니..
구덩이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현관앞의 수국, 라일락, 추명초가 있는 화단의 가운데에 요새처럼 꾸민 진도개의 아지트이다. 여기도 처음에는 벽돌도 갖다놓고 못 들어가게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더이상 화초들이 피해가 안가는거 같아서 그냥 놔두고 있다. 더이상 자기집은 들어가지도 않으니 이렇게 아늑한 공간이 있다는 게 더 나을거 같기도 하다.
문제는 저렇게 구덩이를 하나만 파면 좋은데..
그렇지가 않다는 거다. ㅋㅋ
모래놀이터로 만든곳에도 두개를 파놨다.
아이가 크다보니 더이상 아이는 놀지 않고 강아지들의 놀이터가 된 거 같다. 모래밭에 강아지들 발자욱이 많은 걸 보면 그래도 많아 왔다갔다 하는 거 같다.
라벤더 밭에도 여지없이 구덩이를 파놨다. 마치 은신처를 찾는것처럼 조금 높은 화초속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거 같다.
여기는 라벤더, 앞쪽 구덩이는 바질이 있으니 허브의 향기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화단 여기저기 구덩이를 파면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 낮에 많이 심심했을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정기적인 산책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 같다.
칸나밑에도 구덩이를 파놨다. 이건 웰시코기가 파놨을거 같기도 한데...사실 웰시코기는 땅 파는 걸 않좋아하는 거 같은데...진도개가 하는걸 보고 배운거 같기도 하다.
이렇게 여기저기 구덩이를 파놓고 사는걸 더이상 혼내지는 않는다.
예전에 구절초를 다 뽑고 자리를 만들고 그랬는데 이제 해국을 심고 자리를 잡았더니 그렇데 완전히(?)망가트리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렇게 구덩이를 찍으면서 마당을 돌아다니니까 진도개가 눈치를 본다. 자기가 한 걸 알고 혼날까봐 조마조마한가 보다.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살짝 눈을 피한다.
강아지들이 자기가 한 것에 대해서 확실히 잘잘못을 아는거 같다.
지금 이 웰시코기는 자기가 않했기 때문에 이렇게 당당히도 나를 쳐다본다.
반대로 웰시코기가 잘못했을때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진도개는 당당하고 웰시코기는 어쩔 줄 모르고...ㅎㅎㅎ
처음에는 화단을 망가트려서 너무 속상했고 나무로 화단펜스도 만들고 그랬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10년 넘게 같이 산 진도개가 막 엉망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그리고 꽃이 좋고, 땅이 좋아 그러는걸 어찌 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같이 즐기는 그런게 마당생활 아닐까??
퇴근하고 돌아올때 이렇게 마중나와주는 진도개 장이와 웰시코기 말리가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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